외국인으로 한국에서 생활하기에는 불편함이 있다. 핸드폰을 본인 명의로 만들기 힘들고, 카드 발급도 힘들고, 모든 세금을 다 내면서도 직접적으로 받는 혜택은 별로 없다. (연금포함) 병역회피나 다른 이유에서 외국으로 건너가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은 상관 없을지 몰라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고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 (본인의 경우는 화교)의 경우에는 취직을 해도 승진이 힘들고, 많이 완화 되고는 있다 하지만 토지구매의 제한과 종업원 고용수의 제한이 있기에 한국에서의 생활을 그다지 윤택해지기가 힘들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한국 화교들이 전부 부자인줄 알고있다.) 이런 무거운 이야기들을 다 무시하더라도, 아직 어린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불편은 인터넷 사이트에 정상적으로 가입하기가 매우 힘든 부분이다.

  무엇보다 거의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회원 가입을 하지 않고서는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으며, 회원가입시에는 주민등록번호를 대부분 요구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이미 사회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지만, 전혀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주민등록번호는 모두 알다시피 앞 6자리는 생년월일이고 뒤 7자리 중에서 첫번째 자리는 성별코드이며 그다음은 지역코드 그리고 마지막 자리는 앞의 12자리를 특정공식에 대입하여 나온 일종의 오류식별 코드이다. 이 구조는 개인정보가 숫자로 이미 너무 많은 부분이 노출되므로 항상 문제시 되어 왔지만, 그 부분에 대한 글이 아니므로 해당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인터넷 사이트 가입시 주민번호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 정확히 언제 부터였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꽤나 초창기부터 요구했던것으로 기억된다. 적어도 90년대 말부터는 입력해야 했던것으로 기억된다. 외국인이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사이트들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인에게도 주민등록번호에 해당되는 외국인등록번호가 있으며 그 모양새도 주민등록번호와 거의 같다.

  2000년대 초반까지의 외국인 등록번호의 구조는 주민등록번호와 매우 흡사하여, 자릿수는 똑같이 앞 6자리 뒤 7자리였으며 앞 6자리는 생년월일, 뒷 7자리중 첫번째 자리는 성별코드, 그다음 3~4자리가 지역코드였지만, 중요한점은 맨 마지막 자리가 오류 식별 코드가 아니라, 단순히 등록 순서의 표기를 위한 코드였다. (정확히 무엇때문에 이런방식으로 결정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태까지 한국에서 외국인을 관리하던 방식으로 비추어 보았을때, 별 이유는 없었을듯 하다.) 이러한 이유로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을 하려하면, 잘못된 등록번호라는 이야기만 나오고, 더 이상 진행되지는 않았다. 물론 인터넷 뿐만이 문제가 아니라, 수십년동안, 관공소에서, 은행에서, 신분 확인이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불가능하여, 전화국에 가입하거나, 은행에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운이 좋거나,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였다. (물론 현재는 이런 문제가 "별로" 없다.) 이 당시에 인터넷 사이트를 가입하기 위해서는 주변 친척이나 친구중 한국 사람이 있다면 그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거나, 주민번호 허위기재는 범죄라는 무서운 문구를 읽어가며 마지막의 오류확인 코드만 바꿔가며 가입 가능한 주민번호를 만들어서 사용하였다.

  2001년이였는지, 2002년이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법적으로 한국에서도 영주권제도가 생겨나며 외국인 등록번호의 체계를 약간 개량하였다. (체계의 개량과 영주권제도중 어떤 것이 먼저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행되었다.) 역시 생김새는 이전과 비슷하지만 성별구분코드가 남자는 5, 여자는 6이 되었으며,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오류 정정 코드가 도입되었다. (성별 구분 코드는 3,4가 2000년대 이후 출생자의 남녀코드, 1900년 이전 출생자는 9,0을 이용한다.)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들은 성별코드에 5나 6을 입력하면 잘못된 번호라는 이야기를 하며 가입이 거부된다. (엄밀히 이야기 하자면 외국인 등록번호지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생각 할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애시당초 번호체계를 바꿀이유도 없다) 다행인점은 은행이나 공공기관들은 시스템을 수정하거나, 그 동안 전산화 되어 있지 않던 부분을 전산화하며 인식이 가능하게 되었다. 인터넷 사이트의 가입에는 어쩔수 없이 그동안 사용하던 "허위기재"를 이용하여 가입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추가적으로 가입해야할 사이트가 많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워낙 많은 사이트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상황이였으므로, 하루에도 몇군대씩은 가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대형 인터넷 사이트들이 "실명확인"이라는 절차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의 방식에는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주민번호 허위기재를 통한 무단 가입과 도용문제를 어느정도, (혹은 대부분) 방지하거나 책임회피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적적이지만, 인터넷 사용자중에서 소수를 차지하는 외국인 사용자에 대한 가입 방법을 전부 무시한채 시행하였기에,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다. (심지어 그 당시에는 FAQ란에 "외국인은 가입할 수 없습니다." 라고 한글로 적혀있는 사이트들도 있었다.) 그나마 가입 할수 있던 사이트들도 가입을 위해서는 여권사본을 팩스로 보내거나 직접 방문하거나 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물론 사본을 보낸다 해서 무조건 가입되는건 아니였다.)

  물론 현재는 많은 사이트들이 외국인이 가입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두긴한다. 대부분은 직접 회사로 여권사본 혹은 외국인 등록증 사본을 팩스나 이메일로 보내는 방법이긴하지만, 작업이 번거롭고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적나라하게 모든 개인정보를 전송하는 부분은 여간 찝찝한 부분이 아닐수 없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가입시을 해도 개인정보 유출이 신경 쓰이는데 여권과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외국인 등록증을 직접 보여주는 부분은 매우 신경이 쓰인다. 물론 경험상 메일을 보내도 가입처리는 물론 답장이 전혀 없는 경우도 허다하고 몇몇 사이트에서는 회원정보 수정을 하기 위해서는 직접 회사에 연락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물론 회사들은 매우 귀찮게 생각할듯 하다.)

  그러면 해결방법은 없는것일까? 의외로 해결 방법은 단순하다. 실명확인 사이트에서 외국인 등록번호의 정보도 관리하게 되면 일반 사람들과 전혀 차이 없이 사이트에 실명확인을 하고 가입할 수 있다. 사실 주요 실명확인 사이트들은 이미 외국인 등록번호로 실명확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데이터베이스화도 일정 부분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명확인 사이트의 수는 당연히 일반 인터넷 사이트의 수보다는 매우 적으므로 실명확인 사이트에서 실명확인을 하는것 만으로 일반 사이트들의 가입이 수월하게 된다면 더 이상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지금 까지 보아 왔던 모든 사이트들은 실명확인을 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성별 코드에 5나  6이 들어오면 "잘못된 번호입니다." 라는 말만 뱉어낸다.

  고등학교 3학년때 SBS에서 외국인의 인터넷 사이트 가입 문제때문에 학교에 찾아온 일이 있었다. 그 당시 학교 전산실을 담당하는 학생이였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국가적으로는 외국인의 인터넷 활동을 위해 시스템 수정 및 대형 인터넷 사이트에는 외국인 가입을 원활히 하는 몇가지 지침도 있었다고 하지만, 강제성이 없었기에 대부분 적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이라도 회원가입절차에서 단순히 실명확인 데이터베이스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보낼때, 성별코드가 5나 6인 주민번호도 실명확인을 하게 된다면 별 문제 없을테지만, 아직도 "잘못된 번호"라는 이야기를 하며 전혀 (실명)확인을 하려하지 않는다. 웹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기에, 이 작업이 단순하지 않은 작업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으나, 현재의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수정되어야한다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할때마다 듣던 어이 없는 소리가 "그래도 너네는 군대 안가잖냐?" 라는 반박아닌 반박이였지만, 내가 원하는건 보다 상식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똑같이 외국인의 신분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지내봤지만, 외국인에 대한 인식은 한국의 경우가 확실히 편협하고 아직은 비상식적이다. (물론 일본의 외국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도 있겠지만, 한국의 외국인 비율이 낮은 이유는 그만큼 거부 했기 때문이다.)

Posted by PJH=파덕
:
BLOG main image
파덕이의 꿈바라기
PJH's Homepage by PJH=파덕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97)
잡담 (106)
일본 이야기 (21)
천문학 이야기 (0)
(old)잡담 (36)
(old)물건 이야기 (3)
(old)J-Pop 이야기 (6)
(old)천문학 이야기 (5)
(old)컴퓨터 이야기 (7)
(old)유럽축구 이야기 (12)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달력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